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잘 씹는 저작운동은 영양 섭취와 관련이 있는 것은 물론 뇌 혈류량도 증가시켜 균형 잡힌 두뇌ㆍ신체 발달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아이 두뇌 발달 시기는 유치로 음식을 섭취하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태어날 때 350ｇ에 불과한 인간 뇌는 영유아기에 가장 빠르게 성장해 100ｇ 이상 확대된다. 5세가 되면 뇌는 80~90%가량 성장을 마친다. 따라서 5세까지 받는 여러 자극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아이가 '유치'만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기간이 바로 5세까지다. 보통 만 3세가 되면 20개 유치가 모두 밖으로 나오고 6~12세 사이에 영구치로 전부 교환된다. 유치가 건강하지 못하면 두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 도호쿠대 와타나베 마코토 박사 연구팀이 센다이 시내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남아 있는 치아 개수가 적은 노인일수록 정보 선별과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속 신경세포다발(해마)이 축소돼 있었다. 김영보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부소장은 "껌을 씹고 뇌 영상을 찍어 보니 뇌 혈류량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며 "이는 운동 후 뇌 혈류량이 증가해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부정교합도 두뇌에 영향

= 유치는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유지하고 안내자 구실도 한다. 따라서 관리를 못하면 치아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다. 부정교합이 있으면 턱 움직임이 제한을 받고 치아가 닿지 못해 씹는 효율이 떨어진다. 앞니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위턱이 아래턱에 갇혀서 발달이 잘 안될 수 있다.

마코토 박사 연구팀은 노인 200명 뇌를 MRI로 촬영해 남아 있는 치아 개수,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는 치아 개수, 그리고 뇌 조직과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고력 등 고차원적 뇌기능과 관련된 '전두엽' 크기가 치아 부정교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물리는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전두엽 축소가 심했던 것이다.

◆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치 관리법'

= 자녀 유치 관리는 부모 몫이다. 신생아 때는 거즈로 잇몸을 닦아준다. 치아가 2~4개 정도 나오면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는데 하루 2번 정도가 적당하다. 치약은 아이가 삼키지 않도록 아주 소량만 사용한다. 칫솔질을 할 때 빠뜨리는 부위가 없도록 순서를 정해놓고 닦아준다. 구강 안을 상하 좌우로 구분한 뒤 각각 안쪽과 바깥쪽을 총 8부분으로 나눈다. 칫솔질을 하는 3분을 나눠 각 부위당 같은 시간을 할애해 닦는다.

치아가 상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만 한 살이 되면 젖병을 뗀다. 젖병을 계속 빨면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 치아가 난 뒤라면 밤에는 물이나 보리차를 넣어 빨게 하는 것이 좋다. 아기에게 밥을 먹일 때 엄마가 먹던 숟가락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충치 균이 전염될 수 있다. 아침을 꼭 먹여 간식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도 치아 건강을 위한 방법이다.

김윤지 서울성모병원 교정과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과 정기검진"이라면서 "이가 아파서 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치료ㆍ교정 효과도 떨어진다"며 "3~6세 어린이는 6개월에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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