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를 낳아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일을 했다. 다만 두 돌까지는 전폭적으로 보살피고, 예쁘게 꾸미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편하고 거치적거림이 없게 길러야 한다. 아이 기르면서 욕심이 나고 힘이 들 때마다 아이 낳기 전날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했던 바람을 기억하면, 누구나 웃음꽃 만발한 아이를 품게 될 것이다.

1. 두 돌까지는 엄마가 기른다
전폭적 사랑, 보살핌, 주의가 필요한 시기인 두 돌까지는 엄마가 길러야 한다. 그것은 아이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다. 그러면 직장인은 어쩌라고, 하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엄마’란 아이를 전적으로 기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아빠일 수도,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도우미 아줌마일 수도 있다. 누구라도 괜찮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얼마 동안 가장 중요한 능력, 즉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느긋하게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할 엄마가 꼭 필요하다.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이들은 심란한 갈등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딱 2년이다. 그동안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만으로 그 후론 손갈 일이 없는 아이로 자란다.
제대로 키워 학교에 보내면 선생님들의 칭찬과 격려로 아이들이 절로 큰다. 아이가 크면 그때 무엇이든 할 수 있다.아이의 심리적 문제가 나타날까봐 유아를 부모가 길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가 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2. 아이를 활기차게 키운다
요즘 어린아이들을 보노라면 짜증내지 않는 아이로 크는 것이 오히려 용하다. 아이의 삶을 방해하며 거치적거리는 것이 1~2가지가 아니다. 머리카락도 없는 어린 아기가 리본 고무줄 머리띠를 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정작 아이 본인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데 오직 보는 이에게 예쁘기 위해 그런다. 아이는 인형이 아니므로 이런 것 입히고 저런 것 씌우고 하면 안 된다.
아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아니, 내 입장에서도 그렇게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머리띠를 생살에 대고 한나절 있어봐라. 잠깐이라도 답답해 얼른 벗어던지고 싶을 것이다.
아기의 종이 기저귀도 안쓰럽긴 매한가지다.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여자들은 아기 상태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한 달에 사나흘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대면서도 불쾌해한다. 아기들은 한 근이나 되는 오줌통을 하루 종일 차고 산다. 아니, 기저귀 갈 때를 제외하곤 오줌을 가릴 때까지 근 2년을 그렇게 지낸다.
엄마 살에 비하면 아기 살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어떤 엄마는 기저귀를 천으로 바꿔줬더니 벙긋벙긋 잘 웃는 아이로 성질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기가 다음부터는 바로 알아차려 다시는 종이 기저귀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일회용 기저귀는 각종 화학약품 덩어리인데 오줌과 섞인 오염물들이 살을 비비게 된다. 아이는 편하고 부드러운 옷을 입고 온몸을 맘껏 휘저으며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

3. 언제나 “충분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의 소망은 무엇인가? 그 순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갖게 해달라거나 로또 복권 당첨을 기원하는 사람은 1명도 없을 것이다. 살려주기만 한다면 아무 바람도 없다. 그런데 물에서 건져주면 그 기원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보따리를 내놓으라 한다.
우리는 아이를 낳기 전날,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그에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빨리 걸으라 하고 한글 깨치라 하고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이미 이뤄진 것에 고마워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살기 싫었다. 그래서 처음 건강한 아이를 기다리던 약속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보니 욕심내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너는 할 일 다 했어”, “충분해”라고 말했다. 아이가 마음에 차지 않아 욕심이 살포시 올라올 때도 아이 낳기 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릇된 생각을 날려버렸다.
엄마가 된다는 것, 짜증내는 아이를 가져보는 것,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 한 번 불려가 보는 것도 모든 불임엄마의 평생 소망이다. 지병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입양을 준비하며 ‘엄마학교’를 찾는 엄마도 있다. 그에 비하면 제 아이를 출산한 엄마들은 얼마나 많은 선물을 받았는지 정말 날마다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

“너는 언제나 충분해. 내게 와줘서,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손가락 발가락 10개라서 고마워. 내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어줘서 고마워. 그걸로 충분해!” 이렇게 속삭이며 아이의 최소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한다면 누구나 웃음꽃 만발한 아이를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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