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만 돼도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음을 깨닫는다.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서서히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면 좋다고 조언한다. 아직도 많은 엄마들은 ‘경제교육’이라고 하면 돈 불리는 방법이나 금융상품의 종류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경제교육은 ‘돈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버는 법이 아니라, 한정된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알려주는 게 진짜 경제교육이다.

마트에 갈 때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써서 “엄마가 돈을 안 가지고 왔어”라고 이야기하면 “엄마 카드 있잖아”라고 대꾸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아이가 돈의 가치와 소중함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커서까지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금전 관리에 무능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더 심각한 문제. 따라서 영유아기에 아이 눈높이에 맞는 경제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의 경제 관련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

Q (대형마트에서) 우리 동네 슈퍼에서 파는 과자보다 싼데 많이 사두면 안 돼?
대형마트는 과자, 음료수 등을 생산하는 공장과 직접 거래를 해. 우리 동네 슈퍼는 중간 상인이 슈퍼로 물건을 가져다준단다. 그래서 대형마트의 물건 가격이 좀더 저렴해. 하지만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싸다고 한꺼번에 많이 사버리면 결국 같은 금액을 쓰거나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돼. 꼭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 사는 게 현명하게 돈을 쓰는 거란다.

Q 왜 장난감 값이 모두 달라?
물건을 만드는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기술이 다 달라서야. 어떤 장난감은 만드는 데 5가지 재료가 필요하지만, 어떤 장난감은 10가지 재료가 필요하거든. 재료가 많이 들어갈수록 가격도 높아진단다. 그래서 장난감마다 값이 다른 거야.

Q 마트에서 왜 어떤 사람은 돈을 내고, 어떤 사람은 신용카드를 내?
마트에서 물건을 사려면 돈을 내야 하지? 물건 값을 현금으로 내는 사람도 있고 엄마처럼 신용카드를 내는 사람도 있어. 신용카드는 정해진 날짜에 사용한 금액만큼 은행에 돈을 내겠다고 약속한 사람들만 쓸 수 있단다. 신용카드가 있으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하지. 그렇지만 신용카드로 계산한 뒤에 정해진 날까지 사용한 금액을 내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반드시 은행과 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단다.

Q (은행에 저금하는 엄마를 보고) 은행에서 우리 돈을 빼앗아가는 거야?
우리가 은행에 저금을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할 때 잘 쓰기 위해서야. 냉장고나 컴퓨터가 낡으면 새로 사야 되지?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 여름휴가 때 우리 가족이 즐겁게 여행을 가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때도 돈이 필요하단다. 평소에 우리가 조금씩 돈을 모아놓지 않으면 꼭 필요할 때 돈을 쓸 수가 없겠지? 그래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거야. 은행은 우리 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보관해주고, 이자까지 더해서 불려준단다.

Q 왜 1000원짜리 한 장하고 100원짜리 10개가 같아?
엄마 지갑 속에는 각기 다른 동전과 지폐가 있어. 동전은 10원·50원·100원·500원짜리가 있고, 1000원·5000원·1만원, 5만원짜리 종이돈도 있어. 이걸 다 돈이라고 부르는 거야. 100원짜리 한 개로 살 수 있는 물건과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달라. 왜 그럴까? 바로 각각의 돈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야. 1000원짜리 한 장하고 같아지려면 100원짜리 동전이 10개가 필요해. 100원짜리 10개는 1000원짜리 한 장하고 같은 거야. 그러면 왜 100원짜리 10개만 있어도 1000원이 되는데 1000원짜리 지폐를 만들었냐고? 그건 100원짜리만 가지고 다니면 무겁고 불편해서 가벼운 종이돈을 만든 거란다.

Q (어려워진 집안 상황을 눈치 채고) 우리 집이 가난해졌어?
아빠와 엄마는 우리 가족이 먹고, 입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있어. 그렇지만 우리 가족이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다 하려면 아빠 엄마가 벌어오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단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못한다고 해서 가난한 건 아니야. 지금 당장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차곡차곡 저축한 돈이 쌓이면 그때는 우리 가족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때를 위해서 지금은 조금 참아줄 수 있지?

Q (마트의 시식 코너에서) 왜 돈을 안 내고 음식을 먹어?
마트에서 공짜로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은 ‘먹어보고 맛있으면 사라’는 뜻이야. 돈을 내지 않는다고 여기 놓인 걸 다 먹어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맛볼 수가 없으니 한두 개만 먹고 살지, 사지 않을지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모르는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공짜로 무엇을 주는 일은 없어. 그러니 낯선 사람이 와서 ‘장난감 사줄게’, ‘강아지 줄게’라고 말하더라도 절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

Q (마트 입구에서) 또봇R 살 거야. 돈 줘!
오늘 너는 5000원을 쓸 수 있어. 5가 넘는 숫자는 사지 못하는 거야. 엄마랑 약속할 수 있지?
와, 이건 8000원이나 하네. 비싸다. 음, 이건 1만원이야. 네가 오늘 사지 않고 다음번에 엄마랑 마트에 오면 5000원을 두 번 모아서 이 장난감을 살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