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교에 간다.’ 생각만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며칠 뒤면 드디어 실제상황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1학년 예비엄마들이다. 등교 때 입힐 새 옷과 책가방을 사면서 아이만큼이나 들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공부 잘하는 아이’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 등 나름대로 아이 교육에 큰 그림도 그려본다.
이제는 고학년 학부모가 돼버린 여기 4명의 엄마도 그랬단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마음 같지 않았어. 좀더 잘 할 걸”하며 지난날을 아쉬워했다. 초보 학부모를 위한 조언을 구했더니 후회·반성의 글을 보내며 그 안에서 답을 찾으라고 한다.


‘채찍있는 당근주기’로 방향 바꾸기로

어릴 적 부모님의 “공부, 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자랐다. 그래서 하나뿐인 아들(초등 5학년)은 자유로운 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풀어주었다. 학원에 보내지 않고, 학습지도 시키지 않았다. 대신 우리집을 아이 친구들의 아지트로 제공해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했다.
주말엔 도서관·박물관·공연장·여행을 데리고 다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자연친화적이며,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면서….
사소한 결정도 “네 인생이니까 네가 결정해”라며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그랬더니 “숙제 먼저 하고 놀아라” 하면 “숙제 시간을 결정하는 건 나야” 하면서 당당하게 놀러나갔다.
작은 선행에도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잘못을 했을 때는 조용히 타일렀다. 그 결과 ‘칭찬 과부하’가 돼 좀 어려운 과제를 만나면 급격하게 자신감을 잃었다. 게다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일을 귀찮아했다. 획순이 복잡한 한자 쓰기, 승급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줄넘기 연습, 합주를 위한 리코더 연습 등을 게을리 하거나 쉽게 포기했다.
가족의 공동생활에서도 무한 이기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집안일을 좀 도와달라고 하면 “어린이니까 봐주세요”하며 빠져나갔다. 세상에는 힘든 일도 있고, 힘든 일을 이겨내는 과정의 귀중함을 가르치지 않은 점이 후회된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기에 앞으론 ‘채찍 있는 당근주기’로 방향을 바꿔보련다.
허지현 (39·서울 북아현동)


특기교육 수박 겉핥기 … 제대로 한 게 없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특기’란을 채우는 게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 두 아들(중1·초등 6학년)은 확실한 특기를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의 적성이 뭘까’하는 마음과 ‘이 정도는 해야 기본’이란 생각으로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가르치기 시작했다.
스포츠는 축구·농구·스키·인라인스케이트·수영 등, 음악은 피아노에 아이들이 원하는 악기도 하나씩 가르쳤다. 이제까지 골고루 맛은 보여줬지만 현재까지 특기라고 내세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지 않다.
아이가 소질이 보이지 않거나 시큰둥하는 것 같으면 ‘이게 적성이 아니구나’하며 서둘러 다른 길을 모색해주는, 그래서 인내력과 꾸준함 대신 순발력과 겉핥기만을 가르친 것은 아닌가 싶다.
뭐가 좋은 건지, 자기 적성이 뭔지 도통 개념도 없는 아이들에게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부모들의 고집과 그때그때의 결단이 있어야 제2의 김연아·박태환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임수경(40·서울 청담동)

컴퓨터 사용 관대 했더니 ‘게임중독’에

남편은 아이(초등 6학년)의 컴퓨터 게임에 대해 좀 관대한 편이라 스스로 조절을 하도록 자율을 부여했다.
또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늘 좋은 성적을 받아 온 편이라 성적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 시간을 요구할 때도 원하는 대로 해줬다. 또 손님이 오거나 친척집을 방문해 아이가 심심해 할 때도 가장 쉬운 방법으로 게임하는 것을 허용해줬다. 이러다 보니 아이는 자연스레 게임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하루라도 게임을 안 하면 안 되게 돼버렸다.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시간도 거짓말하며 게임하기 일쑤.

이제는 남편도 심각성을 깨닫고 보상으로 하는 게임은 절대 금지를 시키고 있다. 게임 시간은 타이머를 설정해 시간이 되면 타이머가 울려 모든 가족들이 알고 컴퓨터를 끄도록 유도한다. 게임시간을 스스로 잘 지켰을 때 많이 칭찬해 주고 사랑해 주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면 중학교 가기 전에 게임 중독의 시초를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윤희(45·경기도 성남시 정자3동)


학교 일에 소극적 참여 교육 정보 못 얻어

3월이면 딸아이가 중학생이 된다. 또 다른 출발점에서 지난 6년을 돌이켜 보면 아이가 저학년일 때 적극적으로 학교일에 참여하는 엄마가 돼주지 못했었다는 점이 후회스럽다. 학부모 모임이라면 으레 치맛바람부터 연상해온 친정어머니의 만류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일에 참여하고 보니, 적당한 선을 지킨다면 역효과보다는 순기능이 많은 일임을 확신하게 됐다.

학교를 오가며 아이의 교우 관계는 물론 인터넷이나 신문에서도 찾을 수 없는 교육 정보를 챙겨, 초보 학부모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얻게 됐으니 말이다. 특히, ‘워킹맘’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권하고 싶다. 또래 엄마들과의 접촉이 적기 때문에 자칫 아이와 관련된 정보로부터 고립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주말이나 월차를 요령껏 이용하고 온라인을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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